전환지원금 도입부터 은행 진출까지…알뜰폰 ‘고사 위기’ 우려
입력 : 2024-04-07 12:04:33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3월 번호이동 순유입 1월 대비 42% 급감이통3사 순유출 크게 둔화KB, 곧 알뜰폰 부수업무 신청 예상알뜰폰 시장 ‘옥석가리기’ 필요성도 제기
소비자들 사이에서 각광을 받아온 알뜰폰 업계가 ‘고사 위기’에 놓일 처지다. 연합뉴스
소비자들 사이에서 각광을 받아온 알뜰폰 업계가 ‘고사 위기’에 놓일 처지다.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에 앞서 이통사 번호이동 지원금 지급제도 시행으로 가입자 증가세가 크게 꺾인 데다 은행들도 시장에 본격 진출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알뜰폰 업체들의 번호이동 순증 규모는 1월 7만 8060명, 2월 6만 5245명, 3월 4만 5371명으로 하강 곡선을 그렸다. 전환지원금 지급이 시작된 3월에 그 폭이 커졌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알뜰폰으로 갈아타는 신규 가입자 유입이 알뜰폰을 떠나는 기존 가입자 유출보다 여전히 많기는 하지만, 그 차이가 큰 폭으로 줄었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달 알뜰폰으로의 번호이동 순증 규모는 2월보다 30.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된다. 설 연휴를 포함해 29일까지만 있었던 2월이 아닌 1월과 비교하면 감소 폭이 41.9%로 올라간다.
전환지원금 지급 제도 시행이 3월 알뜰폰 순유입 급감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이통 3사가 실제 전환지원금을 주기 시작한 게 3월 16일이고, 10만 원 안팎에 그쳤던 지원금을 최대 30만 원대로 끌어올린 것이 3월 23일이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타격을 준 셈이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알뜰폰 가입 증가세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지만, 예전 같으면 이통사에서 알뜰폰으로 100명이 넘어갈 게 지금은 30∼40명쯤 넘어가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같은 기간 이통 3사의 가입자 순유출은 실제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SK텔레콤의 번호이동 순감 규모는 1월 3만 2331명, 2월 2만 6039명에서 3월 1만 8608명으로 줄었다. KT는 1월 2만 7529명, 2월 2만 3691명, 3월 1만 9229명이었고, LG유플러스는 1월 1만 8200명, 2월 1만 5515명, 3월 7534명이었다.
앞서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제도 시행 직전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이통 3사의 과점 구조가 더욱 강화돼 알뜰폰 사업이 고사할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특히 업계는 이달 중순으로 예상되는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진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이르면 4월 셋째주 금융위원회에 알뜰폰 사업을 은행 부수업무로 지정해달라고 정식 신청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2019년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시작된 KB의 알뜰폰 사업이 본궤도에 올라서는 셈이다.
금융당국이 부수업무 지정을 승인하면 다른 은행들도 제약 없이 알뜰폰 사업에 뛰어들 수 있어 기존 사업자들의 위기감이 크다. 실제 우리은행이 통신 분야 인력 채용에 나서 이르면 연말쯤 알뜰폰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업계에서 나온다. 막강한 자본력을 지닌 은행들이 통신망 도매대가보다 낮은 요금으로 ‘출혈 경쟁’을 벌이면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이 생존의 위기에 내몰릴 것으로 우려된다.
다만 알뜰폰이 그동안 통신비 부담 완화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 성숙기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60여개 업체가 난립하는 현 구도에서 어느 정도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알뜰폰이 일부 업체의 부실한 신분확인 시스템으로 불법 명의도용 등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최근 전체 사업자를 대상으로 회선 개통에 대한 보안 점검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