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신축 건물에 병원이 들어온대서 7억 원이나 되는 웃돈을 주고 들어왔는데, 돌연 5개월 만에 병원이 문을 닫았다면 얼마나 황당할까요?
그런데 그 병원은 다른 곳에 가서 다시 병원문을 열고, 또 얼마 뒤에 폐업까지 합니다.
병원만 믿고 들어온 약국이나 분양 계약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안정모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 기자 】
경기도 김포의 한 상가 3층.
내부는 텅 비었고, 입구에 붙은 안내문만이 원래 이곳이 병원이란 사실을 알려줍니다.
3년 전 약사 A 씨는 ‘큰 병원이 들어온다’는 약속을 믿고 24억 원에 분양을 받았습니다.
이 대금엔 인테리어 비용 명목의 병원지원금 7억 원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 인터뷰 : A 씨 / 약사(수분양자)
– “약사님이 하루에 300장 정도는 처방전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거다…시세로 보면 같은 층에 비슷한 입지 호실의 2배…”
그런데 최소 5년간 운영하기로 한 병원 측이 불과 5개월 만에 문을 닫으면서,
A 씨는 처방전 수익은커녕 지원금 7억 원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김포를 떠나 병원이 다시 문을 연 곳은 안양.
불과 8일 만에 개원했는데, 이곳에서도 원래 계약기간인 5년을 못 채우고 또 문을 닫았습니다.
▶ 스탠딩 : 안정모 / 기자
– “병원이 떠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20개가 넘는 호실이 공실로 남아 있습니다. 임대를 알리는 홍보물이 붙어 있고, 안쪽도 텅 빈 모습입니다. “
병원이 들어온단 말에 웃돈을 줬는데, 지금은 값을 내려도 팔리지 않습니다.
▶ 인터뷰 : 안양 임대인(수분양자)
– “이 구조가 참 안 좋아요…진짜 병원만 보고 들어온 거예요…어떻게 보면 죽은 호실이 되다 보니까”
김포에 이어 안양에서도 병원 입점만 믿다가 피해가 반복된 겁니다.
수원남부경찰서는 김포 피해자들의 고소장을 접수하고 사기 혐의를 수사 중입니다.
MBN뉴스 안정모입니다. [an.jeongmo@mbn.co.kr]
【 앵커멘트 】
그런데 웃돈을 내고 피해를 본 분양계약자들이 이리 많은데, 병원 측은 컨설팅업체가 하라는대로 했을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병원의 개원과 갑작스런 이전의 배후엔 컨설팅업자가 있는데,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고의성이 없다”며 처음에 무혐의 처분했다가 최근 재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이어서 백길종 기자입니다.
【 기자 】
경기도 시흥의 B 병원.
김포와 안양에서 병원을 운영하다 문을 닫고 다시 개원한 이 병원은 현재 사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병원지원금을 직접 받은 적이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 인터뷰 : B 병원 관계자
– “지원금은 OOOOOO(C 업체) 통장으로 들어갔고, 걔네들이 쓴 건데…저희한테 다이렉트로 들어온 적도 없고….”
병원 측이 지원금을 받아썼다고 지목한 건 C 컨설팅업체.
병원 호실을 빌려 인테리어 등 개원에 필요한 준비를 하고, 병원에 다시 임대를 놓은 업체입니다.
병원 측은 김포 개원과 안양 이전 모두 이 업체가 시킨 일이라고 주장합니다.
▶ 인터뷰 : B 병원 관계자
– “‘다른 원장님이 지금 당장은 못 오시니 잠깐만 이전을 해서 그쪽(안양)에서 잠깐 하다가 다시 김포로 갑시다’라고….”
하지만, C 업체의 전 대표는 자신은 명목상 대표였을 뿐 실세인 이 모 씨가 계약한 일이라고 주장합니다.
▶ 인터뷰(☎) : C 업체 전 대표
– “이OO 씨가 섭외한 업체고요. 저는 소송에서 혐의없음으로 나온 게, 제가 계약을 맺은 것도 아니고….”
이 씨가 계약 등 모든 일을 했다는 건데, 취재진이 수차례 접촉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씨를 수사한 경찰은 “피해자를 속일 고의가 없었다”며 지난 3월 이 씨와 병원장 등 3명 모두 무혐의로 불송치했습니다.
결국 피해자만 있고 책임질 사람은 없는 상황에서 고소인의 이의신청으로 경찰은 사건을 재수사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백길종입니다. [100road@mbn.co.kr]
【 앵커멘트 】
이 사건 취재한 사회부 백길종 기자와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 질문 1 】
병원 측 말은, 배후인 컨설팅업자 이 씨가 하자는 대로 움직였단 건데요. 이 씨가 병원과 무슨 관계길래 다 따랐다는 건가요?
【 기자 】
한몸 같이 움직였던 이 씨와 병원장은 2019년 이 씨가 청담동의 한 병원을 인수하면서부터 동업자가 됐습니다.
알고 지낸 건 10년이 넘었다고 하는데요.
병원 측 얘기는 김포와 안양의 수분양자들은 시행사를 통해 병원과 계약을 맺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병원 뒤에 있는 이 씨와 계약을 맺은 셈인 겁니다.
【 질문 2 】
병원은 물론, 동업자였던 전직 대표까지 이 씨의 소행이라고 말하는데, 경찰은 처음에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게 석연치 않은데요?
【 기자 】
네, 경찰은 병원이 짧게나마 운영됐고, 인테리어 공사 대금도 일부는 갚았단 점 등을 보고 고의성이 없었다고 판단했습니다.
【 질문 2-1 】
그런데 5개월 만에 김포를 떴는데, 제대로 진료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 기자 】
그래서 고소인들은 “병원을 운영할 의사는 애초에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컨설팅업체가 2020년 6월에 이미 안양에 “300평 규모의 종합센터를 개원할 것”이라고 홍보한 사실도 포착됐는데요.
2021년 1월 김포 병원이 개원하기 전에 이미 이전을 꾀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입니다.
【 질문 3 】
그런데 컨설팅업체는 수억 원의 병원지원금을 대체 어디에 쓴 건가요? 정말 떼먹은 건가요?
【 기자 】
지원금의 대부분은 원래 인테리어 비용에 쓰이는데요.
김포 병원의 경우, 공사대금 3억 8천만 원인데, 중도금까지 9천300만 원이 납부됐습니다.
경찰은 이 점을 보고 ‘변제할 의지가 있었다’고 봤는데요.
인테리어를 다 하고도 돈을 받지 못한 업체는 빚더미에 올랐습니다.
▶ 인터뷰(☎) : 인테리어 업체 관계자
– “공사 금액을 준다 준다 해놓고 9천만 원만 주고…돈을 안 줬어요…탁송 일 하다가도 카드가 막혀 가지고 통장 압류돼서…”
【 질문 3-1 】
대금 일부를 냈다고 해서 고의성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요?
【 기자 】
경찰도 이 부분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중도금까지 9천3백만 원을 낸 게 2020년 9월인데, 12월에 병원지원금 3억 3천만 원을 추가로 받았거든요.
남은 공사 대금 2억 8천만 원을 갚을 수 있었는데, 다른 데 쓴 거죠.
【 질문 4 】
그럼 김포, 안양 피해자들은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 기자 】
안양 임대인들은 계약서에 지원금 환수 조항이 없어 보상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포 약사는 계약서에 조항을 넣어놔 지원금 7억 원은 돌려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병원 자리가 비어 있어 처방전 수익 감소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병원 건물을 분양받을 경우, 병원 폐업과 관련해 지원금 환수나 계약 해지 등의 특약을 설정해놓을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 앵커멘트 】
지금까지 사회부 백길종 기자였습니다.
영상취재 : 김현석·김태형 기자
영상편집 : 김혜영·김상진